억만장자라고 해서 갑부의 아내나 명망가의 집안의 딸하고만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외로 소박한 결혼으로 화제에 오른 이들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갑부 3위(582억달러ㆍ60조원)인 워런 버핏(8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지만 사랑 실력은 그의 투자 이력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버핏 자서전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청년 시절 버핏은 여자 앞에서 심각할 정도로 사교성이 부족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허둥댔고 재미없는 투자 얘기만 늘어놓아 여성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버핏은 카네기 재단이 운영하는 스피치 학원에 다닌 적도 있다.

그는 평생 두 번의 결혼을 했다. 버핏은 1950년 그와 같은 오마하 출신인 첫 아내 수잔 톰슨을 만났다. 버핏은 당시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수잔의 배려심 넘치는 성격에 반해 끈질기게 구애했고, 결국 1952년 결혼했다. 당시 버핏이 21세, 수잔은 19세였다.

워런 버핏

수잔이 1977년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은 사실상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수잔은 떠나면서 자신이 즐겨 찾던 오마하 지역 카페의 웨이트리스인 아스트리드 멘크스(68)에게 버핏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버핏이 여성의 보살핌 없이는 삶을 제대로 지탱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버핏보다 16세 연하인 멘크스는 수잔이 구강암으로 사망한 지 2년 후인 2006년 버핏의 두 번째 아내가 됐고, 지금 버핏과 함께 살고 있다. 멘크스는 1946년 독일에서 라트비아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여섯 살에 오마하로 이주한 여성이다.

셸던 아델슨

포브스 선정 세계 8번째 갑부(380억달러ㆍ39조원)인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81)은 보스톤 빈민가에서 성공한 유대인이다.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후 이스라엘 출신 의사 미리암 파브스타인(68)과 소개팅으로 만나 재혼했다.

1946년 영국 위임 통치하의 팔레스타인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미리암은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과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이스라엘군에서 2년간 복무했다.

이어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마친 뒤 텔아비브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다 동료 의사와 결혼했다.

미리암은 1969년 첫 남편과 이혼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주로 이주했다.

아델슨은 1988년 첫번째 부인 산드라 아델슨과 이혼한 후 다음해 메사추세츠에서 소개팅으로 미리암을 만났다. 이들은 2년 후인 1991년 결혼했다.

세계 21번째 갑부(285억달러ㆍ29조4000억원)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0)는 하버드 재학시절 교내 퀸카 투표 사이트인 '페이스매시'(facemash)를 만들 정도로 이성에 관심이 많았지만 의외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다.

저커버그

대학시절 사교모임에서 만나 9년간 교제한 프리실라 챈(29)과 2012년 자신의 집 뒤뜰에서 하객 100여명을 모아놓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프리실라의 부모는 각각 중국 베트남 난민으로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다. 프리실라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서도 어려서부터 학업성적이 좋아 하버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에 진학해 2012년 졸업한 후 현재 공립학교 의학센터에서 소아과 의사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